“성공한 CEO들도 점을 본다.”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 강조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많은 사업가들이 의사 결정 전에 사주를 보거나, 타로로 흐름을 살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미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심리적 불안을 줄이고, 결정의 부담을 나누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하려는 인간의 심리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특히 사업가들이 점을 보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원인을 정리하고, 그 이면의 심리를 깊이 있게 분석해 봅니다.
1. 불확실성에 대한 심리적 통제욕구
사업의 본질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입니다. 신제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고객 수요가 유지될지,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등장할지. 이런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은 사업가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을 가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불확실성 회피 성향(Uncertainty Avoidance Tendency)으로 설명합니다. 인간은 원래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거나 심리적으로 통제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점을 본다는 행위는 바로 그 통제 구조의 일환입니다. 점은 미래를 확정 지어 주지는 않지만, 불확실한 흐름에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엔 신규 계약보다 기존 고객을 관리하라”는 식의 조언은 사업가에게 심리적 방향감각을 제공하며, 내면의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점술은 과학적 근거가 있든 없든 간에, 사업가로 하여금 ‘준비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며, 통제 불가능했던 상황을 이해 가능한 프레임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이처럼 점은 '미래를 아는 기술'이 아니라, 불안을 해석하는 심리적 언어로 기능합니다.
2. 의사결정에 따른 부담과 심리적 방어
사업가는 크고 작은 결정을 하루에도 수차례 내려야 합니다. 그중에는 조직의 방향, 수억 원 규모의 투자, 사람의 채용이나 해고 같은 중대한 결정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기에, 그 무게는 상당합니다. 이때 점은 심리적으로 책임을 완화해 주는 도구가 됩니다. “사주가 올해는 확장보다는 유지라고 하더라”, “타로에서 이번 계약은 기다리는 게 좋다고 나왔다”는 식의 표현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외부의 '의미 있는 근거'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러한 결정 책임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와 자책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더 나아가, 사업가들은 종종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와 정보 속에서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를 느낍니다. 이때 점술은 선택지를 줄이고, 방향을 좁혀주는 심리적 압축 필터로 작용합니다. 즉, 점은 결정의 무게를 줄이고, 마음속 의심과 불안을 정리하며, 선택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일종의 심리 도구입니다.
3. 리스크를 줄이려는 무의식적 전략
사업은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동반한 행위입니다. 투자, 제품 출시, 계약 체결, 확장 전략 등 모든 결정에는 일정 수준의 실패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리스크에 대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점술은 이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 하지는 않지만, 마치 ‘예방하거나 대비할 수 있다’는 심리적 착각(환상적 통제, Illusion of Control)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는 신규 인재 채용이 좋다”, “파트너는 A보다 B가 낫다”는 식의 조언은 실제 정보는 아니지만, 리스크를 감정적으로 가늠하게 해주는 심리적 기준선이 됩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직관'이라 불리는 비공식적 감각과 유사하게 작용하며, 실제로 어떤 결정이든 점에서 받은 조언을 '참고'한 결과로 정리하면 심리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실제 일부 창업가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점이나 사주를 통해 마지막 심리적 저울질을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점을 보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 루틴으로 기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점집을 방문하거나 타로 상담을 받으며 본인의 상태와 사업 흐름을 점검하는 일은, 사업가에게 일종의 자기 돌봄(Self-Care)이자 멘털 유지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4. 점은 단순한 미신이 아닌 심리적 의사결정 도구
우리는 종종 점을 미신으로 치부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이라 단정 짓지만, 실제로는 점이 제공하는 것은 미래 예측보다 심리적 의미 해석과 정서적 안정감입니다. 점의 언어는 모호하고 추상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상황에 맞게 해석 가능하며, 결정에 대한 정당성이나 명분을 부여하는 데 유리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합리화(Self-Justification)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람은 이미 내린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외부의 근거를 찾습니다. 이때 점의 결과는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방향이 맞았어”라는 확신을 강화해 줍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사업가가 점을 보는 것은 정보 부족이나 맹신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름의 질서를 세우는 방식입니다. 마치 스포츠 선수가 중요한 경기 전 특정 루틴을 반복하는 것처럼, 점은 사업가에게도 하나의 심리적 ‘마음 다지기’ 도구로 작용합니다.
결론: 점은 불안한 세상 속 나만의 나침반
사업가가 점을 보는 이유는 단순히 미래를 알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해석하고, 자신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며,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기 위한 심리적 장치로 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업도 사람의 일이기에, 논리와 전략뿐 아니라 심리와 감정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입니다. 점은 그 감정의 불안을 다루는 오래된 방식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점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입니다. 심리를 잘 활용하는 사업가는, 때론 숫자보다 감정을 더 잘 다루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